은갈치와 먹갈치: 같은 종(種)의 다른 이름
갈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생선 중 하나로, 흔히 '은갈치'와 '먹갈치'로 구분되어 판매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갈치가 서로 다른 종류의 물고기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종(Trichiurus lepturus)으로 단지 어획 방법과 서식 환경에 따라 외관과 맛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은갈치는 주낙이나 채낚기로 한 마리씩 잡아 올려 은빛이 살아있고,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 올려 비늘이 벗겨져 검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같은 종이지만 다르게 불리는 두 갈치의 특징과 차이점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갈치의 생태와 기본 특성
갈치의 생물학적 특성
갈치는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는 수산물로, 몸길이 약 1미터 정도의 길고 납작한 형태를 가진 바닷물고기입니다. 몸통이 은빛을 띠며 긴 칼 모양을 하고 있어 '칼치' 또는 '도어(刀魚)'라고도 불립니다. 갈치의 영어 이름은 'Cutlassfish'로, 이는 해적들이 사용하던 칼인 '커틀러스(Cutlass)'에서 유래했습니다.
갈치는 비늘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이러한 특성은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갈'은 '칼'의 옛말이고, 물고기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붙어 '갈치'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선 이름 뒤에는 비늘의 유무에 따라 '어'와 '치'가 구분되는데, '어'는 비늘이 있는 생선, '치'는 비늘이 없는 생선을 의미합니다.
갈치의 서식 환경과 습성
갈치는 온수성 어류로 한국의 서해와 남해에 주로 분포합니다. 수심 50~300m의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심해성 어종이지만 연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3월경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겨울을 지내고, 4월경 북쪽으로 이동해 여름에 남해와 서해 인근에 머무르며 산란합니다.
갈치는 포식성이 강한 어종으로, 굶주리면 자기 꼬리도 뜯어 먹는 습성이 있습니다. 머리를 위로 세운 채 떼를 지어 물속에 서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며, 이동할 때는 꼬리를 움직여 W자 모양으로 움직입니다. 갈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에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빛을 쫓는 특성이 있어, 갈치잡이 어선들이 집어등을 환하게 비추는 이유가 됩니다.
은갈치와 먹갈치의 구분
학술적 분류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갈치 종류는 표준명 갈치(Trichiurus lepturus)를 비롯해 분장어, 붕동갈치, 동동갈치로 총 4종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식용으로 하는 갈치는 '갈치(Trichiurus lepturus)' 한 종뿐입니다. 따라서 은갈치와 먹갈치는 학술적으로는 동일한 종으로 분류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 둘이 빛깔뿐만 아니라 맛과 종류까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조업 방식에 따른 구분
은갈치와 먹갈치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조업 방식입니다:
은갈치: 주낙과 채낚기를 이용해 잡은 갈치를 말합니다. 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올리기 때문에 몸에 상처가 없고, 반짝반짝한 은빛이 유지됩니다.
먹갈치: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자망(그물)으로 대량 조업한 갈치를 말합니다. 그물에 치이고 쓸리다 보니 상처가 많고, 비늘도 벗겨지면서 몸이 검게 변해 먹갈치라 불립니다.
서식 환경에 따른 구분
서식지 환경과 수심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은갈치: 제주 근해 및 일본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이동합니다. 활동 수심이 얕아 한여름 밤에는 수면 가까이 떠오르기도 하며, 깊이 들어가도 50~60m 정도입니다.
먹갈치: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권이 미미한 서해와 서남해를 중심으로 분포하며, 활동 수심이 더 깊습니다. 수심이 깊으면 수압도 높기 때문에 육질이 은갈치보다 단단한 편입니다.
은갈치와 먹갈치의 특징 비교
외관상 차이
두 갈치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외관입니다:
은갈치: 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잡기 때문에 몸 표면의 상처가 적고, 구아닌 성분의 비늘이 보존되어 은빛이 선명합니다.
먹갈치: 그물에 걸려 여러 마리가 함께 잡히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고 쓸려서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가 생기면서 검은빛을 띠게 됩니다.
맛과 식감의 차이
은갈치와 먹갈치는 맛과 식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은갈치: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제주도 은갈치는 살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좋습니다.
먹갈치: 높은 수압을 견디며 살아왔기에 육질이 은갈치보다 단단한 편이며, 서식지의 먹잇감 덕분에 고소한 맛이 두드러집니다. 전남권(목포, 여수) 사람들은 먹갈치의 깊은 맛을 선호합니다.
맛의 선호도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므로, 단단하고 깊은 맛이 있는 먹갈치를 고를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좋은 은갈치를 고를지는 소비자의 선호에 달려 있습니다.
가격과 상품성
은갈치와 먹갈치는 가격 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은갈치: 상처 없이 반짝이는 은빛을 유지하고 있어 상품성이 좋고, 먹갈치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먹갈치: 전반적으로 은갈치보다 가격이 낮지만, 상품성이 좋은 먹갈치는 은갈치에 뒤처지지 않는 가격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갈치 선택과 구매 시 주의사항
신선한 갈치 고르는 법
갈치를 구매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60~65cm 정도 되는 중간 크기의 갈치가 맛이 가장 좋습니다. 이보다 큰 갈치는 살이 퍽퍽할 수 있고, 작은 갈치는 살이 너무 부드러워 쉽게 부스러질 수 있습니다.
표면이 매끈하고 단단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비린내가 많이 나거나 표면이 볼록하게 올라온 것은 부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치는 심해어에 속하기 때문에 어획되면 바로 죽어버리는 특성이 있어 시장에서 생물 상태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산과 수입산 구별법
시장에서는 국내산 갈치와 수입산 갈치가 함께 판매되고 있으므로 구별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입산 갈치(남방갈치, 이빨갈치)는 눈동자가 노란색인 반면, 국내산 갈치는 눈동자가 검고 흰자가 많습니다.
수입산 갈치는 국내산에 비해 꼬리가 짧고 굵은 편입니다.
송곳니가 국산 갈치보다 월등히 큰 것도 수입산 갈치의 특징입니다.
일부 재래시장에서는 수입산 갈치를 원산지 표시 없이 '먹갈치'로만 표기하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은갈치와 먹갈치는 학술적으로 동일한 종의 갈치(Trichiurus lepturus)이며, 조업 방식과 서식 환경에 따라 외관과 맛에 차이가 생겨 다르게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은갈치는 주낙이나 채낚기로 잡아 은빛이 살아있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 비늘이 벗겨지고 검게 보이며 단단한 식감과 깊은 맛이 특징입니다.
두 갈치 모두 영양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어떤 갈치를 선택할지는 개인의 맛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갈치 구매 시에는 신선도와 크기, 국내산과 수입산의 구별법을 잘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갈치를 선택하여 맛있게 즐기시기 바랍니다.